
부산의 산업 현장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조선·기계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차, AI 등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면서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인재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역 대학의 역할 역시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과 지역, 사람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동의과학대학교는 1972년 개교 이후 부산의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인재를 꾸준히 길러왔습니다. 이제는 AI 융합교육과 산학협력, 평생직업교육을 바탕으로 재직자와 중장년, 외국인 인재까지 교육의 대상을 넓히며 지역의 직업교육 플랫폼으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영도 동의과학대학교 총장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서도 고등직업교육의 변화와 전문대학의 역할 확대를 강조해왔습니다.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 청년이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부산형 앵커가 지향하는 현장 중심 인재양성과 지역 협력의 방향에 대해 김영도 총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산업의 변화에 답하고, 사람의 미래를 잇다
Q. 안녕하세요. 먼저 동의과학대학교가 걸어온 길과 총장님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1972년 개교 이후 54년 동안 동의과학대학교는 약 10만 명의 기술인력을 배출했습니다. 지금도 부산의 기업과 병원, 산업 현장 곳곳에서 우리 졸업생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역사가 곧 부산 산업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이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였던 시절부터 우리 대학은 산업 현장을 기술로 뒷받침할 인재를 길러왔습니다. 이후 기계·금속과 조선기자재 산업이 주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해당 분야의 기술인력을 배출했고, 지금은 반도체와 미래차 부품, 이차전지, AI 등 새로운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고 있습니다. 학과의 이름과 교육 내용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대학이 해온 일은 한 가지였습니다. 부산의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인재를 길러내는 것입니다. 이제는 ‘DIT 슈퍼테크니션 플랫폼’을 통해 그 역할을 지역의 재직자와 시민, 외국인 인재에게까지 넓혀가고 있습니다.
저는 동의과학대학교 총장이자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서 전문대학이 지역 산업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늘 강조해왔습니다. 지역에 대학이 없으면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어렵고, 기업이 떠나면 청년이 떠나며, 청년이 떠나면 도시의 활력도 사라집니다. 지역과 산업, 청년을 연결하는 이 선순환의 출발점에 전문대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의 변화에 답하는 현장 중심 교육
Q. 학령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AI 대전환 등 고등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전문대학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며, 동의과학대학교는 이를 어떻게 강화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전문대학의 경쟁력을 묻는다면 저는 제도보다 먼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바로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자부심입니다. 기업을 움직이고, 배를 띄우고, 환자의 영상을 촬영하고, 도시의 전기를 흐르게 하는 일은 결국 누군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 현장을 지켜온 사람들이 바로 우리 졸업생들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자부심이 제값을 인정받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조선소가 배를 수주해도 배를 만들 사람이 없고,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도 설비를 다룰 사람이 부족합니다. 사람이 없으면 산업이 멈춘다는 사실을 산업 현장이 먼저 체감하면서 숙련 기술자에 대한 인식과 대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블루칼라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AI의 등장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AI가 80점짜리 답을 내놓는다면 중요한 것은 나머지 20점입니다. AI가 제시한 설계가 실제 생산라인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판단해야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 20점을 채우는 사람이 바로 ‘슈퍼테크니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 대학은 모든 학생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AI 융합 중심으로 전면 개편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교육의 대상을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중장년층,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부산에 정착하고자 하는 외국인 인재까지 모두 전문대학이 교육해야 할 대상입니다.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직업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문대학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는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Q. 산업 현장의 기술과 직무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대학의 교육과정에도 지속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동의과학대학교는 현장 수요를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교육과정을 대학이 혼자 만들면 현장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부지런히 산업 동향을 조사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다음 변화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의과학대학교는 산업체를 교육 거버넌스 안으로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단순히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과정의 결정 과정에 함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모든 학과에 산업체 인사가 참여하는 산학협력협의체를 두고, 여기서 도출된 직무 변화가 교육과정 개편으로 이어지도록 절차를 정례화했습니다. 산업체 위원들은 교육과정 심의에도 참여해 어떤 과목을 새롭게 개설하거나 조정할지,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은 무엇인지 함께 판단합니다.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첫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산업체 재직자를 겸임교원과 현장교수로 위촉하고, 기업과 함께 설계하는 주문식 교육과정과 현장실습, 캡스톤디자인 등을 통해 교육의 실행 단계까지 산업체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교육과정의 대전환도 이뤄냈습니다. AI를 각 전공에 접목해 융합교과목 체제로 전환한 것입니다. 기계 계열 학생은 설비 데이터를 활용해 이상 징후를 예측하고, 보건 계열 학생은 영상 판독 등 전공과 연계된 AI 활용 역량을 배우게 됩니다. 이 역시 산업체와의 거버넌스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산업체 위원들이 실제 현장에 AI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으며,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하면 현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산업 현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그 변화를 교육에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직업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부산형 앵커가 지향하는 현장 중심 인재양성 흐름 속에서, 학생들의 실제 경험과 진로 설계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진로 구체화를 위해 동의과학대학교에서 힘쓰고 있는 교육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학생이 진로를 정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일에 잘 맞는지 직접 확인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진로교육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장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통해 자신이 배우는 전공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를 직접 경험합니다. 실습을 다녀온 뒤 진로를 바꾸는 학생도 있습니다. 졸업한 뒤에야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는 것보다 재학 중에 직접 경험하고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캡스톤디자인을 통해 기업의 실제 문제를 해결해본 학생 역시 졸업할 때에는 이미 현장의 문제를 한 번 경험해본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진로 지도는 지도교수와 학업설계상담을 담당하는 AA(Academic Advisor)가 학생의 대학생활부터 진로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합니다. 우리 대학은 산학협력 관계를 통해 기업이 어떤 역량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지도교수와 AA가 학생에게 전달하고, 학생의 강점과 기업의 수요를 연결해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돕고 있습니다. 대규모 채용설명회보다 학과와 학생의 특성을 고려한 밀착형 매칭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학생 1인 1자격증’ 제도도 2027학년도 시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격증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준비한 뒤, 자신의 힘으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해보는 경험을 재학 중에 반드시 한 번은 갖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Q5. 동의과학대학교는 ‘커뮤니티 칼리지 DIT’를 중심으로 지역, 산업,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직업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부산형 앵커 안에서 동의과학대학교가 구현하고자 하는 지역 전문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A. 지역 전문대학의 역할을 저는 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바로 운영체계, 즉 OS입니다. 컴퓨터에 아무리 좋은 부품을 갖춰도 운영체계가 없으면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부산에 기업과 항만, 기술이 있어도 그것을 실제로 움직이는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 없다면 산업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이러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부산의 중소 제조기업 상당수는 자체적으로 AI를 도입할 인력이나 여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부산의 산업 전체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이 그 간극을 메워야 합니다. 우리 대학은 DIT AI 허브센터를 설립해 재직자에게 새로운 기술을 교육하고, 지역 기업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러한 구상을 ‘커뮤니티 칼리지 DIT’라는 이름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지향하는 역할과 교육의 대상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DIT 슈퍼테크니션 플랫폼’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지역의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면서도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인재를 길러내겠다는 방향을 담은 이름입니다. 평생직업교육 역시 그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이며, 중장년층에게 재취업과 창업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자 합니다.
외국인 유학생 교육 역시 같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유학생을 위한 학과를 운영할 때 제조업 기반기술과 관련된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졸업 이후 취업과 지역 정착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뿌리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경로까지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지역에 남아야 산업이 유지되고, 산업이 살아야 사람도 지역에 남을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산업을 연결하고 그 순환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운영체계로서 동의과학대학교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부산에서 세계로, 지역 인재의 미래를 열다
Q. 총장님께서는 올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 연임하시며 고등직업교육 전반의 발전을 이끌고 계십니다. 전문대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앞으로 중점적으로 논의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A.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재정입니다. 국가 세수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이 고등직업교육의 재정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내년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네 개 분야에 투자하는 대규모 기금입니다. 저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서 이 기금에 기술인재 양성과 고등직업교육을 확실하게 반영하는 것을 올해의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기금의 재원은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의 성장으로 확보된 세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 산업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현장의 기술인재입니다. 산업이 만들어낸 성과가 다시 산업을 떠받치는 인재에게 투자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재정 지원 방식의 변화입니다. 현재 전문대학의 재정은 대부분 단년도 국고사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사업에 선정되면 일정 기간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사업이 종료되면 다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투자를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습니다.
세 번째는 법과 제도의 정비입니다. 특성화고, 전문대학, 재직자 교육, 평생직업교육이 각각 다른 법과 부처 아래 분절되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직업 생애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제도는 각각 나뉘어 있는 것입니다. 교육과 직업의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직업교육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문대학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전문대학 역시 18세 전후의 학생을 가르치는 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전 생애에 걸친 직업역량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합니다. 중장년층의 재취업과 재직자의 기술 전환, 외국인 인재의 정착까지 지원하는 지역의 직업교육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Q. 오랜 기간 대학을 이끌어오시면서 교육과 대학 운영에 대한 총장님만의 원칙도 분명해졌을 것 같습니다. 대학의 중요한 방향을 결정하거나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의사결정을 할 때 제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결정이 우리 학생의 졸업 이후를 바꾸는가.” 대학을 운영하다 보면 학교에 유리한 선택과 학생에게 유리한 선택이 갈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갈림길에서 늘 학생의 졸업 이후를 기준으로 판단해왔습니다. 대학은 학생이 재학하는 2~3년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30년까지 함께 바라봐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변화를 구조로 만드는 일입니다. 총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한동안 변화가 이어질 수 있지만, 그 사람이 떠난 뒤에도 지속되려면 제도와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반드시 제도와 규정, 예산에 반영해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움직여야 그 변화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기준의 바탕에는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부산에서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고민할 때면 부산의 어느 현장에서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 졸업생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Q. 부산형 앵커 2차년도에는 대학, 기업,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실행 중심 협력모델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동의과학대학교가 추진 중인 대표 협력 사례나 앞으로 확대하고 싶은 모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현재 우리 대학의 협력은 학과와 기업이 직접 연결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각 학과의 교육과정 설계에 산업체가 참여하고, 학생들은 해당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경험하며 취업으로 이어집니다. 부산시와 지역사회는 이러한 과정을 제도와 재정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초광역 협력으로 범위를 넓히고자 합니다. 산업은 행정구역을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부산의 조선기자재 기업은 울산의 조선소, 경남의 기계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교육은 여전히 시·도 단위의 경계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 대학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강점 분야를 서로에게 열어준다면, 어느 한 대학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폭넓은 교육과정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협력의 범위는 해외로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헝가리 오부다대학교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두 대학을 선택한 데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애리조나는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의 주요 거점으로, 헝가리는 우리 기업의 이차전지 생산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이 진출한 지역과 연계해 대학의 교육과 협력도 함께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현장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구현해낼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부산에서 배운 기술이 애리조나와 부다페스트의 산업 현장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저는 지역 전문대학의 역할도 여기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형 앵커가 지역과 산업을 연결하는 데서 나아가 세계의 산업 현장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한다면, 그 의미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부산의 청년들에게 저는 이 도시에 남는 선택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서울로 가야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부산의 산업 현장에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자리가 많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기술과 역량을 필요로 하는 곳이 바로 이곳에도 있습니다.
그러니 몸으로 체득한 기술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AI가 전문직의 다양한 업무를 빠르게 대신하면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담아둔 지식은 AI가 더 빠르고 많이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같은 공정에서도 왜 특정 라인에서만 불량이 발생하는지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판단해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의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기술인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진로를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습니다. 스무 살에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의 삶까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진로를 다시 설계하려는 사람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제가 총장으로서 바라는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좋은 기술을 갖추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으며, 부모님이 계신 도시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것입니다. 우리 청년들이 부산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길을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