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권 앵커 7개 대학, 3박4일 도쿄·가나자와·도쿠시마 순회
日 문부과학성·릿쿄대학·가나자와공대·도쿠시마대 등 5개 기관 벤치마킹
성인학습부터 기술교육까지… 일본 COC·COC+R 10년 노하우 학습
부산형 앵커 고도화 전략 모색… ‘실질적 실행모델 도출’ 과제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부산형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ANCHOR·앵커, 옛 RISE)가 이제 ‘구상 단계’에서 ‘현장 실행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길목에서 부산 앵커 수행대학 총장단이 10년 앞서 우리와 비슷한 사업을 진행해온 일본으로 향했다.
‘부산 ANCHOR 총장협의회’는 5월 25~28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2026 부산 ANCHOR 글로벌 벤치마킹 연수’를 진행하고, 일본 문부과학성과 릿쿄대학 세컨드 스테이지, 가나자와공업대학, 아난공업고등전문학교, 도쿠시마대학 등 5개 기관을 잇달아 방문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13년부터 지역사회와 대학이 공동으로 지역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지역발전 정책 수립·실행까지 연결하는 ‘지역활성화 인재육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대학이 지역거점의 중심이 되는 COC(Center Of Community)부터 출발해 지역 정착 인재양성 사업인 COC+, 지역혁신 프로그램 구축 관련 COC+R, 그리고 전략적 연구연계 고도화 사업인 SPARC까지 10년 넘게 단계적으로 진화시켜왔다.
이번 연수에서 일본 국립대와 사립대 모델은 물론 고등전문학교, 성인교육기관 등을 총망라한 점도 부산형 앵커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전략산업인 인재양성·중장년 재교육‧지역문제 해결형 산학협력이라는 과제를 일본이 먼저 실험한 유형별 모델에 대해 벤치마킹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이번 연수에 참석한 총장단 관계자가 “부산 앵커를 구상 단계에서 현장실행 단계로 전환하는 촉매제”라며 연수의 총평을 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 7개 대학 17명, 도쿄·가나자와·도쿠시마·고베 잇단 방문 = 이번 연수단은 부산대, 동의과학대, 영산대, 동명대, 경남정보대, 부산외국어대, 대동대 등 부산 소재 7개 대학의 총장, 부총장, 교무·국제처장, 앵커사업단장급 인사 17명으로 꾸려졌다. 참가 멤버는 부산지역 총장협의회 회장인 부산대 최재원 총장, 부회장인 동의과학대 김영도 총장, 영산대 부구욱 총장, 동명대 이상천 총장, 대동대 민경화 총장을 비롯한 5개교 총장이 직접 참여했으며, 부산대 박상후 대외전략부총장이 추진단장을 맡아 실무를 조율했다. 이들 연수단은 지난 5월 25일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도쿄로 이동한 뒤 신칸센으로 가나자와를 거쳐 도쿠시마, 고베를 거쳐 28일 오사카에서 귀국하는 일정을 수행했다.
■ “평생교육도 산업”… 문부과학성과 릿쿄대 세컨드 스테이지 = 첫날 연수단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도쿄에 소재한 문부과학성이었다. 초고령사회 대응형 평생학습 체계 구축과 지역소멸 대응, 지역정주형 인재양성을 일본 문부과학성은 초고령사회와 지역소멸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형 앵커 사업인 COC(Center of community)를 통한 대학의 거버넌스 개혁과 대학이 지역 거점이 되는 지역활성화 인재육성 사업의 성과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오후에는 일본 평생교육의 성공 모델인 릿쿄대학 세컨드 스테이지 컬리지(Second Stage College)를 방문했다. 50세 이상의 성인학습자를 위해 설립된 해당 평생교육기관은 △고령화 사회교육 △커뮤니티 디자인·비즈니스 △세컨드 스테이지 설계 등 세 과정을 세미나 중심으로 운영한다. 수강생 평균 연령이 60대 이상으로 은퇴자와 직장인, 사회 경험자가 뒤섞여 토론하고, 조건을 채우면 릿쿄대 대학원 진학까지 이어진다.
일반 문화강좌와 달리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세미나 중심 수업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성인학습자의 업스킬링, 리스킬링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 부산 지역의 중장년·재직자의 재교육 관련 우수모델로 주목받으며 부산형 앵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 기업이 캠퍼스로 들어온 가나자와공업대… 딸기밭 스마트팜 = 둘째 날은 오전 가나자와로 이동해 하쿠산 딸기농장 시설을 견학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가나자와공업대가 지역의 전력회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축해 운영하는 딸기 스마트팜은 대학 부속 ‘지방창생연구소’가 IT·AI·빅데이터 등 기술을 접목해 방재·에너지·교육·의료·복지·산업 진흥을 도모하는 ‘사토야마(농촌)도시’ 프로그램의 실제 사례다. 산업체·지자체·연구자·지역주민을 한데 묶는 구조 자체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평가됐다.
이날 오후에는 가나자와공업대 총장 및 관계자와 ‘의견 교환회’를 갖고 캠퍼스를 견학했다. 1965년 사립대로 설립된 가나자와공업대는 1992년부터 공학교육 혁신에 착수해 1995년 독자적 공학설계 교육 프로그램을 완성했으며 PBL수업을 적극적으로 도입, 문제해결형 인재를 육성하고 학생들의 실무능력을 키워왔다. 2010년 아사히신문 일본 대학 랭킹 교육 분야 1위, 졸업생 취업률 99%라는 성적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과 캡스톤 수업을 지역산업 연계 실무인재 양성으로 확장하기 위한 부산형 앵커 구상과도 궤를 같이 한다.
■ 5년 일관 기술교육 아난공고… 노벨상 배출한 도쿠시마대 = 셋째 날 오전에는 도쿠시마현의 국립 아난공업고등전문학교를 찾았다. 고등학교와 전문대 과정을 합친 5년제 교육기관으로 기계·전기전자·정보·화학생명 4개 전공을 운영한다. 취업률이 100%에 수렴하는 한편, 취업하지 않더라도 졸업 후 도쿄대‧오사카대 등 명문 국립대 3학년으로 편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16세부터 전문 실험 장비를 다루게 하는 실무중심 교육과, 5년 과정 이후 2년을 더 공부하면 학사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전공심화과정은 현재 부산형 앵커가 구상하는 전문대·고교 연계형 실무 트랙(2+3, 3+2 모델)의 실제 운영 사례로도 거론할 만한 대목이다.
이날 오후 이동한 도쿠시마대학은 1949년 도쿠시마의과대학 등 6개 국립 교육기관이 통합돼 출범한 지역거점형 종합대학이다. 6개 학부, 대학원 10개 연구부서를 갖췄으며 2014년 청색 LED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 교수를 배출하면서 ‘청색 LED’가 도쿠시마 지역 특성화 사업이 되는 데 토대를 마련했다. 연수단은 도쿠시마대학을 방문해 학생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히 한국 측에서는 부산대 최재원 총장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한국의 지역혁신대학 정책사업’이라는 주제로 전반적인 한국형 앵커의 특성과 부산대 앵커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 日 ‘지역활성화 인재육성사업’ COC에서 SPARC까지… 부산권 대학의 향후 계획 공유 = 특히 연수 마지막 날에는 이번 연수단 관계자들의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최재원 부산대 총장은 “앵커와 관련해선 특히 지역사회 주체 간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제일 첫 번째 순서라고 생각한다. 서로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신뢰는 반드시 쌓일 것”이라며 “그 시작은 부산지역총장협의회를 만든 것이다. 부산지역 대학들은 오랫동안 같이 여러 일들을 해온 만큼, 우선 대학을 잘 아는 분들이 먼저 공감대를 쌓고 부산시를 이끌고 가면 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최 총장은 “또한 이번 연수는 부산지역총장협의회의 첫 사업으로 ‘일본 지역활성화 인재양성 사업’을 벤치마킹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COC에 대한 성과지표로 언급한 바와 같이 평가지표에는 정량지표, 정성지표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산학협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팩트 평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따라서 각 사이드, 각 영역, 각 대학의 기능에 따라 임팩트를 어떻게 주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으로 저는 유니버시티(University)를 ‘유니티(Unity)’와 ‘다이버시티(Diversity)’의 합성어로 이해하고 있다. 이제 대학에는 다이버시티, 즉 학문 종류의 다양성이 보장될 때 자연히 건강한 것처럼 다양한 학문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며 “그런 다양성 속에서 유니티를 이루는 것, 결국 하나를 지향해야 한다. 특히 현재 우리는 같은 목표로 국가 균형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니티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이란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한다”라고 했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부산의 미래를 두고 우리가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는 바로 청년들의 이탈이다. 실제 15세에서 39세에 해당하는 청년층 가운데 2023년 기준 총 8,550명이 부산을 떠났다”며 “다행히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6,000명 정도로 줄었다. 여기에 더해 2026학년도 입시에서는 희망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지원이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지역에 머무는 학생들이 조금씩 늘었다는 점, 이것이 바로 희망적인 시그널”이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또 “이번에 일본을 직접 방문해 보니, 일본은 역시나 지역을 위한 지·산·학, 즉 지역·산업·대학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핵심은 지·산·학 협력이 얼마나 견고하게 이뤄지느냐인데, 일본은 상당히 견고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라며 “인턴십부터 시작해 지역 산업체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며 실무 역량을 키워 나가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저는 일본 대학들의 지역활성화 인재육성 사업에 있어서 지·산·학의 협력관계 구축 시스템을 보면서 한 가지 보이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부산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부산은 ‘지(地)·산(産)·학(学)·학(学)’을 해야 한다. 대학과 대학 간의 협력을 공고히 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앵커 사업을 통한 부산의 회복을 우리가 이뤄야 한다. 따라서 대학 간 협력을 더욱 견고하게 이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대동대 민경화 총장은 “이번 연수를 통해 일본이 지역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학과 지자체, 산업체를 연결하는 ‘코디네이터’라는 직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특히 일본 대학 사례에서 인턴십이 마지막 학기 한번 진행되는 게 아니라 입학해 졸업 때까지 단계별로 참여하는 부분이 많이 와 닿았다”라고 말했다.
영산대 부구욱 총장도 “제가 이번 연수에서 느낀 것은 ‘답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떻게 우리가 지역혁신을 할 건가에 대해 나름대로 고심하고 있었는데, 외국 다른 대학들의 사례를 견학하며 ‘아, 이쪽으로 가면 되겠다’라는 부분을 확인했고, 참고도 많이 됐다”라면서 “일본 대학 사례를 통해 앵커 추진 과정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인턴십과 PBL수업 등에 대해서도 감명 깊었다. 각 대학들이 단독으로 진행하기 쉽지가 않기 때문에 부산지역총장협의회에서 공동으로 추진해 부산지역의 교육혁신을 꾀한다면 매우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명대 이상천 총장도 “짧은 3박4일 일정이었지만 매우 인상 깊었고, 특히 각 대학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고마웠다”며 “이번 연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쿠시마대학의 취업 체험형 인턴십 프로그램이었다”고 짚었다.
연수단 총괄 추진을 맡았던 부산대 박상후 대외전략 부총장은 “이번 연수를 통해 일본 대학들의 인턴십 프로그램과 인간력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라며 “인턴십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사회로 나가는 좋은 출구전략이며 취업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도쿠시마대학의 인턴십은 단기 1일짜리부터 중장기까지 다양하게 설계됐으며, 인턴십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부총장은 “두 번째 감명 깊었던 것은 인간력 프로그램이다. 인간력 프로그램 중 하나인 지역학 과목을 통해 학생들에게 지역을 이해하게 하고 지역에 애착을 갖도록 함으로써 지역에 정주하게 하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이번 연수에서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인턴십과 같은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부산에 ‘인턴십 센터’를 만들어 공동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수를 기획한 송혜선 인덕대 교수(전문대교협 전 RISE센터장)는 “우리가 이번 연수기간 방문한 딸기농장은 단순한 농장이 아니었다”라며 “그 뒤에는 수력 발전 회사가 있고, 그 회사는 400명 이상의 정규직 종업원을 둔 지역의 중견기업으로 실질적인 산학 연계를 맺고 있다. 그런 것들이 벤치마킹을 위한 하나의 좋은 사례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이 부산지역총장협의회에서 실제로 해외 벤치마킹을 한 첫 사례다. 실질적인 벤치마킹의 첫걸음인 만큼 부산 지역에서 우수 모델을 만들어 한국 앵커를 이끌어 나갔으면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