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오후,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1번 출구를 나서면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아이, 재즈 선율에 귀를 기울이는 시민, 빈티지 옷가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방문객. 한때 사람들이 그냥 스쳐 지나치던 골목이 어느새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공실이 된 거리에 브랜드를 심다
부산대학로 골목에 변화를 꾀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금정구청과 민간 상권기획사 어번데일벤처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상권활력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총 20억 원 규모로 2027년 6월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은 단순히 빈 점포를 채우는 것을 넘어, 거리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에 실무를 맡은 RTBPalliance는 ‘open the door, open the scene’을 슬로건으로 부산대학가 상권 재브랜딩에 나서고 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브랜드들의 새 출발
이번 사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입점 브랜드의 성격이다. 외부에서 데려온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이미 부산에서 자리를 잡은 업주들이 부산대학로의 거리 분위기에 맞는 새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문을 열었다.
와인바 ‘칠링아웃’은 베이커리 카페 ‘바우 버터 아틀리에’를 냈고, 카페 ‘오아스 로스터리’는 ‘키 스몰 로스터리’를 새로 열었다. 한식집 ‘손내향미’는 ‘승헌집 델리 스탠드’로, 아이스크림 가게 ‘코닝크리머리’는 ‘케에키 젤라또’로 이 거리에 새 이름을 올렸다. 팝업팀으로 선정된 의류 상점 ‘드제제’와 부산대 미술학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청년창업팀 ‘Y30’도 사업에 함께하고 있다.
바우 버터 아틀리에의 김시연 대표는 “사람들이 시선을 둘 데 없이 단시간에 출구처럼 이용하는 거리가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이 상권을 빛내고 싶다”는 말로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장터가 된 거리, 락희마켓
거리를 알리기 위한 오프라인 행사 락희마켓도 함께 운영 중이다. 새로 생긴 로컬 상점들을 시민에게 알리고, 방문객이 골목 안쪽까지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기도록 기획된 이 행사는 지난 4월 ‘가드닝’ 콘셉트로 첫선을 보였다. 지난 5월에는 ‘빈티지’를 주제로 열려 빈티지 의류 팝업, 키링 만들기 체험, 독립서점 팝업 등이 한데 모였다. 또한 참여 상점에서 협업 상품을 구매하면 스탬프를 모아 할인 쿠폰을 받는 이벤트도 마련돼,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보도록 유도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도 기대를 담고 있었다. 유지인(29, 부산 금정구) 씨는 “코로나 이후 상권이 많이 죽어 걱정됐는데, 이런 이벤트를 계기로 사람들이 주변 상점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창균(36, 부산 동래구) 씨는 “조금 더 트렌디한 상점들이 생긴 것 같다”며 위쪽 공실까지 활성화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골목의 다음 장면
RTBPalliance와 금정구는 올해 하반기 추가 공모를 통해 새 브랜드를 더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4곳에서 시작한 로컬 1호점 거리가 약 10개 상점으로 확장되면, 금정로 60번길의 공실들은 하나둘 새 이름의 간판을 달게 된다.
한 거리가 브랜드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주말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새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장면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 부산대학로의 다음 장면이 어떻게 그려질지, 골목은 지금 조용히 문을 열고 있다.
작성자: 부산대학교 RISE사업 송채은 명예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