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도 동의과학대 총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청년 유출과 고령화가 도시의 활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현실이다. 그렇다면 부산의 재창조를 이끌 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필자는 그 해답이 지역 대학에 있다고 확신한다. 비수도권 위기에 대응해 2025년 시행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라이즈(RISE)’는 올해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앵커(ANCHOR)’로 재편됐다. 초광역사업으로 확장해 지자체 대학 산업체가 뭉쳐 지역 문제를 풀고 청년 정주를 돕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부산 지역 대학 관계자들과 일본의 혁신 사례를 살펴봤다. 2013년 COC 사업을 시작으로 지·산·학 협력 모델을 축적해온 일본의 실행력은 인상적이었다. 가나자와 공업대학은 지역 농촌, 전력회사와 손잡고 ‘딸기 스마트팜’을 구축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주를 유도하는 정석을 보여주었다. 도쿠시마 대학은 인재 선점을 위해 소모적으로 경쟁하는 ‘청전매(靑田買い)’에서 벗어나 인재를 함께 키워내는 ‘청전창(靑田創り)’ 체계로 전환하고 있었다. 입학 직후부터 기업인과 교류하는 ‘엑스턴십’과 학생·기업 사원이 과제를 푸는 ‘성장지원형 인턴십’은 지·산·학 상생 선순환 모델이었다. 도쿄 릿쿄 대학의 RSSC(Rikkyo Sencond Stage College)모델도 대학이 시민 평생학습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주었다.
그러나 일본 사례에는 한 가지 공백이 있었다. 개별 대학의 성과는 분명했지만 지역 대학 간 연대는 보이지 않았다. 일본이 채우지 못한 그 빈칸이, 공교롭게도 우리가 올해 맞이한 앵커의 방향과 겹친다. 일본의 개별 성과를 부산이 연대로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 이것이 부산의 차별화 방향이다. 부산 대학들은 각자도생과 중복 투자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버넌스를 재구축해 초·중등 교육과의 협력까지 외연을 넓히고 지역에 뿌리를 둔 교육을 학제간 연대로 완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官)의 통제에서 벗어나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역 대학의 자율적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 지자체는 파트너로서 인프라를 다지고 대학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하도록 권한을 이양해야 앵커 사업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청년 유출을 막고 지역 정주를 유도하는 새 체계가 필요하다. 개별 대학이 개방형 산학협력(Open-UIC, University-Industry Coorperation)을 추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모든 대학을 단일 창구로 묶는 가칭 ‘유니부산 Open-UIC’를 출범시켜야 한다. 모든 대학이 원팀으로 산업체와 매칭될 때 취업과 정주로 직결되는 시너지가 발생한다. 여기에 도쿠시마식 패러다임을 접목해 기업 사원과 대학생이 실무 과제를 함께 푸는 ‘부산형 상생 인턴십’을 표준 모델로 안착시켜야 한다. 이 체계는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확장되어야 한다. 유학생 통합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 지역 취업과 연계하고 나아가 가족 초청까지 잇는 ‘부산형 특화 정주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부산의 대학은 이제 교육기관을 넘어 도시의 싱크탱크이자 앵커가 될 것이다. 지역 대학이 혁신적으로 연대한다면 부산은 활력의 도시로 다시 창조될 수 있다.